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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온더훅_전력_60분 (주제 : 첫눈)
* 며칠이나 지났지만 짧게나마,,, 즉석으로 쓴 거라 진짜 짧습니다




"안녕히 가세요-."


청년이 딸랑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 너머를 봤다.
어, 눈 온다.
첫눈이었다. 왠지 모를 반가움에 소리를 내어 혼잣말했다.

손님도 없는 시간대겠다, 잠깐 쉴까. 의자를 창가 쪽으로 돌려 앉았다. 가게 물건들에 가려져 통유리창의 윗부분만 보이는 게 겨우였지만 첫눈을 감상하기엔 충분했다.
까만 하늘에 하얀 눈발이 나풀거렸다. 함박눈은 아니지만 첫눈으로 퍽 어울리는 모양새였다.

'첫눈...'

날이 갈수록 찬바람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눈이 내리니 그제야 겨울이 실감 났다. 이제 곧 연말이구나.

핸드폰을 들어 메신저 어플을 켰다. 잠잠한 알림창. 무심코 들어간 여주의 채팅방에는 아침에 주고받은 대화가 남아있었다.

"보고 있으려나..."

채팅 입력창을 눌러 타자를 두드렸다.

[눈 온다]
[첫눈이야]

짧게 보내고 휴대폰을 덮었다.
첫눈을 보니 여주 생각이 났다. 이유는 생각하지 않았다.

세평은 더 이상 여주를 향한 감정에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다. 스스로에게 왜?라는 질문을 던질수록 자신만 초라해질 뿐 답은 찾을 수 없었다.
그래, 그냥 이런 감정도 있는 거겠지.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감정을 그저 받아들이기로 했다.

매장 스피커에서는 캐럴이 흘러나왔다. 겨울만큼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는 사장님의 부탁이었다. 세평의 귀에 진부한 가사들과 멜로디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. 산타, 겨우살이, 눈, 사랑. 몇 안 되는 단어들로 돌려 막기 하는 것마냥 겹치는 가사가 많았다.

"이래서 메이저는..."

다소 오만한 말을 중얼거리고는 자신도 우스웠는지 실소를 터뜨렸다.


휴대폰에 알림이 울렸다. 꼭 크리스마스 같다는 짧은 답장. 유리창으로 내다본 하늘은 정말 그랬다.
까만 하늘에 하얀 눈, 크리스마스 캐럴. 진부한 풍경이지만 세평은 어쩐지 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.
응, 가끔은 흔한 것도 나쁘지 않네. 저도 모르게 캐럴을 따라 부르며 손가락을 까딱였다.

[그러게.]
[메리 크리스마스]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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